자주국방 KFRX :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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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


그 후 몇일 뒤. 말복날.
지하에 건축된 기지의 특성상 말복날 아침의 무더운 기운은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많은 대한민국 국군 장병들이 선풍기 두대에 14명이 의지해 자면 그나마 좋은 환경이라고 말할때,
이들은 지하기지의 쾌적한 냉난방 시설에 의해 종종 여름날 아침은 한기를 느끼며 일어나곤 하였다.
그리고 그날, 언제나처럼 병사들을 깨우는 기상나팔 소리를 가볍게 무시하고 있던 김수준 소위,
즉 김병장은 선잠속에서 배 위로 흘러들어오는 한기를 느꼈다.
'뭐야, 담요는 덮었는데.'
비몽사몽에 담요 아래이자 자신의 배 위를 더듬자, 웬 작은 손이 만져졌다.
'아, 꿈인가보다.'
그럴리 절대 없는 상황에 반사적으로 꿈이라고 생각한 김병장은 다시 잠을 청했다.
하지만 잠시 후, 자신의 배 위로 또다시 으슬한 느낌이 들어 몸을 뒤척였다.
"삼춘. 자?"
웬 유치원생 정도 될 듯한 목소리에 김병장은 잠꼬대로 대답했다.
"으, 으응?"
배 위로 스윽 지나가는 것이 무엇인가 졸린 눈을 게슴츠레 뜨자 웬 검정 마커가
꼬마애 손에 들려 배 위에서 움직이는게 보였다.
"뭐…하는거니?"
"절개부위 표시."
"절…개부위?"
"응, 삼춘, 나 부탁 하나만 해도 되?"
생활관 밖에는 점호를 받기 위해 움직이는 전투화발 소리가 요란했고,
옆에서는 유치원생 목소리가 들리니 극도로 비상식적인 상황에 김병장은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뭔데?"
"저기 나… 삼춘 간 빼먹어도 되?"
"으응, 그래 안아프게 잘…"
"그럼… 잘먹겠습니다~"
"응 그래 잘먹… 뭘 먹어?!"
그제서야 눈이 번쩍 뜨인 김병장이 놀라며 벌떡 일어나자,
쉬익 하는 금속성 물체의 바람가르는 소리와 함께 자신의 침대에 무언가 날아드는 것이 보였다.
"뭐, 뭐야!!!"
설웅한테 뺏긴 뒤 새로 받은 A급 침대의 매트 위에는 포크와 나이프가 밖혀 있었고,
그 식기를 양손에 쥔 웬 꼬마애가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김병장을 쏘아보고 있는 것이었다.
"뭐야 삼춘! 먹어도 된다며!"
그 꼬마애의 다홍색 긴머리 위에 아이보리색 털로 덮인 귀가 쫑긋거리고 있는 것에
김병장은 손가락을 부들 부들 떨었다.
"뭐야! 부대 안에 멧돼지 출몰은 들었지만 이건 구미호 출몰이야?!"
"자, 빨리 간 줘! 간먹고 사람되야 한단 말야!"
"내가 무슨 코카사스 산중에서 도망쳐나온 토끼냐!"
"간다! 크앙~"
"어딜!"
그때 익숙한 앙칼진 목소리와 함께, 그 여우꼬맹이는 하늘색 백곰무늬 잠옷차림의
설웅 손에 붙잡힌채 대롱대롱 허공에 매달렸다.
"설웅! 얘 뭐야!"
"뭐긴 뭐야 염호지."
"에?!"
한바탕 소란에 전원 기상한 하사들의 시선이 일제히 김병장과 설웅, 그리고 여우꼬맹이 사이를 오갔다.
"이거 놔 언니! 아까 삼춘이 간 먹어도 된다고 했단 말야!"
손아귀 허공에서 바둥바둥대는 호를 마치 새끼강아지 눈맞추듯 설웅이 자기 코앞으로 들이밀었다. 
"호! 사람은 간 빼면 죽어!"
"하지만 박사님이 간 100개 먹으면 사람된댔어! 호 사람 되고 싶단 말야!"
'박사'란 말에 순간 설웅의 이마에 힘줄이 돋았다.
"그러니까 그런 오덕쟁이 말을 들으면 안된다니까~!!!"
순간 이성의 광케이블이 끊긴 설웅은 냅다 염호를 생활관 벽에 집어던졌고, 그대로 날아가 벽에 부딫힌 염호는
마치 문방구 앞 200원 뽑기의 끈끈이가 떨어지듯 천천히 벽에서 미끄러져 떨어졌다.
"너, 너무해, 언니…"
바닥에 좌절한 포즈로 무릎을 꿇은 염호의 큼직한 눈망울에서 눈물이 밀려올라왔다.
"호 사람되고싶단 말야! 그래서 그런건데 언니는 호만 혼내! 우와아아앙~"
"벽에 던진건 미안하다만, 나도 지금 네 MSN 모습 본 것도 처음이고 혼낸것도 처음이거든?"
"몰라!"
갑자기 벌어진 이 어린이집 상황극에 조연들은 물론 피해당사자인 김병장까지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어이구~ 우리 호 많이 놀랬구나?"
"놀란게 누군데! 자다가 간빼먹히는 부대가 어딨어!"
"내가 사과하지 김병장. 얘가 아직 뭘 몰라서 그러니까."
섦디 서럽게 펑펑 울고 있는 염호를 화이트가 번쩍 들어올려 꼭 끌어안아줬다.
"우리 호야 많이 놀랐어?"
"어, 언냐, 박사님이 이러면 된다고 했는데, 아니었던 큷, 거야?"
코까지 들이마시며 우는 염호를 화이트가 토닥거리며 달랬다.
"그럼, 그건 안되는거지. 박사님이 우리 호를 놀렸나보네~
 그런데 호, 이건 호가 잘못한거니까 다음부터는 그러면 안되. 알았지? 이제 뚝!"
"뚝."
늘상 짙은 담배냄새를 풍기며 시니컬한 말만 쏟아내던 화이트의 다른 면에 역시 일동은 벙 쪄 있었다.
설웅이 팔짱을 끼고 호를 어르고 있는 화이트한테 쏘아붙였다.
"애 버릇나빠지는거 아냐? 잘못했으면 군장을 싸게 한다거나 군기교육대를 보낸다거나 해야지."
"괜찮아. 단지 충돌에 의한 알고리즘 이상으로 이런거니까. 하나하나 가르쳐나가면 된다고 했어."
"뭐랄까, 너 하루밤만에 애엄마된거야?"
설웅이 툭 던진 말에 화이트가 2초 정도 말을 아꼈다가 대답했다.
"애엄마는 진작부터 애엄마였지. 이 알고리즘 이상은 언니랑 동일한거니까."
"…응?"
"저기, 그게 무슨 소리…"
나름 주인공인데 항상 구석에 밖혀있는 신세인 김병장이 간신히 둘의 말에 끼어들려는 찰나였다.
"간부님들 빨리 회의실로 집합하시랍니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모이라고 한 것은…"
정규 회의시간보다도 이른 시간, 대대 전 간부를 회의실에 모아놓고 박대령은 입을 열었다.
"이번에 정비중대의 개편이 있기 때문이다. 보통은 이런건 훨씬 전에
알려져야 했겠지만, 갑작스럽게도 이번주중으로 개편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자세한건 작전과장이 설명할 것이다. 작전과장?"
"중대 개편이라고 해도 큰 규모는 아니다. 중대 내에서의 이동이니까.
요는 정비중대는 명칭을 'KFRX 중대'로 바꾸고 기존의 정비 3소대를 설웅지원소대로,
염호를 정비 4소대로 보내서 염호지원소대로 편성하는 것이다. 정비중대로서는 조금 당혹스럽겠지.
내 생각에도 이건 밀리터리적 고증, 아니 이치에 맞지 않으니까.
하지만 실질적으로 일어날 일이야 편제표의 이름을 바꾸고 정비 4소대에 침대 하나 더 들여놓는 것이지만.
여튼 오늘 내려온 명령이니 즉시 착수하도록."
말은 쉽지만, 인사과장과 정비중대장의 표정은 동일했다.
'야근이다.'


"아피아 요원. 오늘 한국시간으로 13 : 00에 회의가 있다는 통보입니다."
"나도 통보받았어. 주제는 지난번 그 일인가?"
"그렇습니다."
"이 보고만 끝내고 바로 준비하도록 하지."
대대장실 앞에 선 제노비아와 아피아가 문을 두드리려는 참이었다.
"여, 오랜만입니다."
"아, 화이트 대위. 오랜만이군요."
부대 내에서 입수보행이라는 군기위반의 모범을 보이며 화이트가 아피아에게 다가섰다.
"다쳤다고 들었는데 이젠 다 수리된겁니까?"
"내상이 좀 있었지만, 부품 교환을 받았지요. 그런 면에서 저희는 인간보다 편하니까요. 그런데…"
아피아가 허리를 오른쪽으로 살짝 굽히며 화이트의 다리 뒤를 쳐다보았다.
"이 꼬마아가씨는 누구죠?"
염호가 화이트의 다리 뒤에 숨은 채로 치맛자락을 꼭 붙잡은채 눈만 빼꼼히 내놓고 둘을 쳐다보았다.
"인사해 염호. 이쪽은 너하고 같은 FRX야. 여기 남자분이 제노비아 도일. 그리고 여자분이 아피아 플레밍."
화이트가 염호의 등을 살작 밀자 붉은 치마에 가운데에 흰색 주름레이스가 달린 셔츠를 입은
여우귀가 달린 소녀는 수줍어하며 주저주저 앞으로 나섰다.
"안녀하세요. 염호에요. 잘부딱드려요."
90도로 염호가 고개를 숙일때 치마 뒤로 9개의 풍성한 꼬리가 살랑거렸다.
"원래 모습과는 많이 달라졌군요. 이제 배치된건가요?"
"아직 정식 배치는 아닙니다. FRX의 컨트롤 부분의 프로그램 수정이 남았기 때문이지요."
"그렇습니까. 꼬마가 안됬군요."
아피아가 흰 손으로 염호의 아이보리 여우귀 사이의 다홍색 머리를 쓰다듬을때였다.
"아피아 요원. 보고시간에 늦겠습니다."
"어머, 미안 제노비아. 얘가 너무 귀여워서."
"방해했습니까. 이거 죄송하군요."
여전히 무표정한채로 진짜 미안한건지 알다가도 모를 말투였다.
"괜찮습니다. 호라고 했지? 나중에 언니랑 놀까?"
"응~!!!"
"그래, 그럼 다음에… 자,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그럼 우리도."
다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던 화이트가 아피아를 등진 채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다.
"아, 저기 궁금해서 하나 물어볼께 있습니다."
"뭐죠? 대위?"
화이트가 속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들며 살짝 뜸을 들였다.
"지난번에 그 목동 사건 말입니다. 혹시 무슨 정보 없습니까?"
화이트의 말에 아피아의 황옥색 눈동자에 잠시 날카로운 빛이 스쳤다.
"특별한건 없습니다. 유감스럽게도."
 <계속>

"내가 네코미미 캐릭터를 만들어낼 줄이야!!!!"



 

by 오토군 | 2008/10/16 22:25 | 크로와상 월드 | 트랙백 | 핑백(1)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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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이지리트 at 2008/10/16 22:42
정해진 수순입니다. 다음엔 뭐가 나올지 기대하고있습니다.
Commented by R쟈쟈 at 2008/10/17 00:13
괜찮습니다^^
Commented by paro1923 at 2008/10/17 00:49
네코미미는 고양이. 저건 여우니까 '키츠미미'... (...)
Commented by 위장효과 at 2008/10/17 00:58
점점 뭔가 익숙한 느낌의 정체는 뭘까요...
Commented by 오토군 at 2008/10/18 12:50
이지리트님 - 아마 덕후스러운게 나오겠죠.OTL

R쟈쟈님 - 대한민국 국군에 여고생과 군기위반 장교와 여우꼬맹이가 사는 막사는 없겠지만요.(…)

파로님 - 오오 좋은 정보 감사.(어이)

위장효과님 - 그야 전 표절전문이니까요.(…기껏 쓰고 보면 어디서 본 무언가가 튀어나와 저도 놀랍니다.-_-;;;)
Commented by eternium at 2009/02/09 19:18
그래도 염호 양,치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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